70분 2003-03-28 금 춘호(윤영준)와 경주(홍충민) 부부는 오랜만에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이들 사이에 흐르는 침묵과 어색함이 이 부부에게 무언가 '일'이 있음을 짐작케 하지만, 이들은 애써 몇 마디 말로 불편함을 메우려한다. 그런데, 우연히 보게 된 저녁 뉴스에 춘호의 대학동창인 유명 영화 감독 현철(이병욱)의 살인 사건이 보도되고, 두 사람은 불안한 직감과 함께 서로에 대한 무언의 추리를 시작한다. 현철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 춘호와 경주는 친목계에서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떠난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이렇다 할 작품 하나 없는 춘호는 그곳에서까지 냉소적인 언행으로 경주를 불편하게 한다. 그러다 춘호와 경주는 정말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난다. 바로, 춘호의 친구이자 경주의 옛 애인인 현철. 춘호가 변변한 시나리오도 쓰지 못하고 있는 데 비해 현철은 이미 재능을 인정받은 영화 감독이 되어 있었다. 춘호는 현철에게 묘한 열등감을 느끼고, 아내 경주와 현철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살핀다. 경주는 그런 춘호의 행동이 열등감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거북해한다. 대학 시절, 경주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춘호는 현철로부터 경주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경주가 병원장의 외동딸이라고 속이며 불문과 학생 행세를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현철의 말을 들은 춘호는 경주를 혐오하게 되고, 그 사이 경주는 현철의 애인이 된다. 경주는 계속해서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현철을 만나고, 현철은 경주의 거짓말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해하며 호기심으로 경주를 만난다. 그러던 어느 날, 경주는 임신을 하게 되고 현철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지만, 현철은 상상의 끝이 겨우 거기냐며 경주를 비참하게 만든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이렇게 관광지에서 다시 만난 춘호, 경주, 현철, 세 사람은 그렇게 껄끄러운 과거를 애써 모른 채 하며 대화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