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7월 31일. 여덟 살 민수와 가족들은 여름휴가를 맞아 지리산 계곡으로 향했다. 그런데 자리 잡는 것부터가 전쟁이다. 워낙 극성수기이기도 했지만 당시 대한민국을 강타한 IMF로 인해 나라뿐 아니라 서민 경제도 최악이라 호텔, 펜션보다 야영을 선택한 사람들이 유독 많았던 것이다. 민수네가 향한 대원사 계곡에만 그날 하루 무려 1400여 명이 입산했을 정도다. 대원사 계곡에서 조금 떨어진 화개계곡도 마찬가지다. 수백 개의 텐트들이 줄지어 선 계곡 바로 옆 화개면사무소에서는, 신입 공무원 하용식 씨와 이삼규 씨가 늦은 시각까지 근무 중이었는데. 해가 진 후 갑자기 긴급 지시가 떨어졌다. 예보에 없던 비가 갑자기 쏟아질 거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리산에 폭우가 내린다면 계곡물이 넘치는 건 시간문제다. 두 공무원이 진땀을 빼며 텐트를 철수시키는 사이,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불어난 계곡물은 다리까지 무너뜨리며 모든 걸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넘쳐흘렀다 휴가지에서 한순간 가족을 잃은 사람들,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목숨 걸고 나선 의인들, 그해 여름, 지리산에서의 악몽 같은 하루를 겪은 이들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그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